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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도봉 산행기
    산행 과 여행/충청도 2010. 4. 28. 10:30

    송암회원(아미)님의 감칠맛나는 산행기 옮겨봅니다

     

    <송암산악회 정기산행>

     

    장소: 삼도봉(1,177m)

    소재지: 충청북도 영동

    일시: 2010년 4월 24일 토요일

    코스: 물한계곡 -황룡사 - 잣나무숲 - 음주골폭포 - 미나미골 - 삼마골재

                - 삼도봉(중식) - 석기봉능선 삼거리 - 음주암골 - 물한계곡유원지

                -  물한계곡 (12km, 행사 및 중식포함 5시간 30분) (향목님 기록 발체)

    함께한 이들 : 조상현 대장님 외 45명

     

    <산행 후기>

     

    한 달째...

    하루아침의 충격, 천안함 사건은

    다양한 시각에서 우릴 먹먹하게 한다.

    매일매일 웃고 즐기며, 충실하게 살아내는 일상이 있고

    또 이따금씩 산으로 들로 나서는 휴식과 충전의 시공간이 우리에게 허락되지만

    이것이 진정 평화였을까....

    우리 민족에게 운명적으로 내재되고 잠재된 불평화에

    우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관과하며 살진 않았는지....

    국민적으로 의식의 파고를 높여가는 이 때에,

    우리 송암 산악회는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와 조인하여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3개의 지역이 만나 화합의 의미를 지닌 삼도봉에서

    안중근장군의 정신을 기리고 실천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산상기원제를 올린다. 참으로 시의 적절한.

    궁벽진 산기슭엔 아직도 겨울의 잔재,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볕은 따사롭고 유하며

    봄은 바위틈으로,딱딱한 껍질 밖으로 생명을 밀어 올리느라 아우성이다.

    구국의 일념으로 생을 바친 안중장군님 가시고 난 후

    몇 번의 봄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오고 갔을까.

    평화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애국의 의미를 재조명해 본 봄날이요, 봄산행이다.

     

    요즘,

    '긴 봄 날엔,

    罪에서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이 난다' 고 읊조린 시인의

    봄을 들여다보는 마음이 곧 내마음이다.

    꾸물꾸물 올라오고 있다고 하면 맞을까,

    사방천지 터쳐난나고 하면 맞을까,

    자연의 신비라 해야할까,

    신의 섭리라 해야할까,

    생의 순리요,사이클이라 해야할까....

    이 여리고 순한 것들한테 외유내강이라 쓰면 맞을까.

    억만년 생을 이어온 이끼도 봄날엔 더욱 푸르고 생생하며,

    이름모를 뫼풀도 제자리 찾아 삐죽이 봄살이 시작했다.

    이 살가운 맞닥임에서, 신비의 태동에서

    우린, 또다시 생기를 건져 올린다.

    신비로운 생의 순환 안에 내가 있음에

    그저 오늘도 감사한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올리게 된 산상기원제.

    100년 전, 뜨거운 피로써 단지동맹하여 구국의 간절함을

    목숨바쳐 보여주신 안중근장군의 정신을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그 정신을 면면히 실천, 다짐하기 위하여

    숨을 고르며 한발 한발 삼도봉 산정에 올랐다.

    그동안 안중근 장군은

    '나라의 주권을 되찾자는 일념으로 손가락을 잘라 혈맹을 하신 분,

    대륙침략의 원흉 이등박문을 향해 세 발의 총성을 울려 사살하고

    끝내는 머언 이국의 감옥에서 순국하신 분' 이라는,

    충정과 애국심으로 뭉뚱그려서 한쪽에 있는 듯 없는 듯 모셔 두었던 분이었고,

    의거 당시 그분의 나이 30세 라는 것과

    어머니도, 부인도,아들도 딸도,형제도....

    세상 무엇보다 뜨거운 혈육이 있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이 30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어머니와 자식의 이름에, 나라에 바치는 자신의 생을 새기며 유언을 하는

    그분의 외침에 우리...왜 울컥하지 않았겠는가.

    우리도.... 자식이요, 애비요, 남편이요, 아내요, 형 동생인 것을.

    삼도봉 산정의 매서운 바람결에

    그분의 고귀한 민족정신과 평화정신, 애국정신이 밀려 들어와

    가슴을 세차게 후려치는 듯하다.

    근간엔 '의사'에서 '장군'으로 호칭부터 재조명 하자는 움직임이

    설득력 있게 펼쳐지고 있는가 보다.

    산상에서 불끈 쥔주먹을 높이 쳐들며 외쳤던 우리의 함성처럼.

    "안중근~~~ 장군!"

    "안중근~~~ 장군!!"

     

     

    삼도민 화합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삼도봉은

    굽이굽이 구순하고 무릇한 어머니 같은 산풍경을 열어 놓고 있다.

    하늘길을 노니는 구름은

    오늘 우리의 산여정을 아는듯 한없이 평화롭고

    지난 겨울의 손톱 자욱이 남아 있는 바람에도

    뭔지 모를 후련함이 있다.

    이것은 산정에서만이 맞이하는 생생한 체득이 아닐까.

    뜨거운 숨을 토하며 고투 끝에 오른 자만이 갖는.

     

     

    마치 안중근 장군의 애국의 일념을 몸소 보여주는

    행위 예술이라도 되는 양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산 아래

    좍좍 뻗은 잣나무 기세충천하다.

    이따금씩 볕이 꺽어져 들어오는 산길,

    "봄이요~~" 소리치는 산길,

    구름을 건드리고, 나무를 건드리고, 나를 건드린 바람이 뎅그르르 구르는 산길,

    온갖 생명이 들썩이는 산길.....

    우리...일렬 종대로, 또는 삼삼 오오 내려온다.

    여유롭게.

    타달타달.

     

      

    <기억용스냅사진>

     

         오전 6시 40분 송정역을 출발하여 잠실역을 거쳐 11시 30분 경에 물한계곡 주차장에 당도 했으니 다섯 시간여....

         오늘도 긴 여정입니다.

         여장을 정비하고, 등산 안내도 앞에서 조상형대장님의 간략한 설명을 듣습니다.

     

         오늘은 안중근 장군 순국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와 조인하여 갖는

         의미 깊은 산행입니다.

     

         삼도봉과 민주지산, 석기봉에서 발원한,맑은 물이 끊임없이 흐른다는 뜻의 물한계곡은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16%가 자생하고,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충북의 '자연 환경 명소 100선' 중

         10걸로 지정된 곳이라는 설명의 물한계곡 표석입니다.

     

         계곡의 환경보존을 위해 처음 얼마간은 푸른 철조망으로 계곡을 막아 놓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철조망 저쪽에서 터쳐나오는 물소리는 끊일질 않습니다. 완연한 봄임을 소리치고 있습니다.

     

     

          계곡을 끼고 좍좍뻗은 잣나무길이 산여정의 운치를 더하여 줍니다.

     

         나중에 사진에서 보니 선두조는 저 철제 다리를 건너 갔더군요.

         후미조는 그냥 철교 아래로 계곡을 가로길러 건너 갔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삼도봉 오름길은 완경사의 편안한 흙길입니다. 두런두런 말을 섞어가며 걸어도 좋을.

     

     

     

         삼도봉 직전에 길게 뻗은 우드데크 설치 지점을 편안히 오르고 있습니다.

     

         선두조는 벌써 백두대간길 목계단 줄줄이 오르고 있습니다.

     

     

         도착지점은 '삼마골'.... 백두대간 지맥이라선지 유독 표지기가 많이 걸려있습니다.

     

     

     

     

         향목님과 별바위님.

         향목님의 백두대간 길 경험담을 들으면서 난 언제나 대간질(?) 맘 먹어 보려나..... 숙원이지만 아직은 먼 나라 얘기 같은....

         생각에 잠시 잠겼었더랬습니다.

     

     

         목조계단이 제대로 된 계단이 아니라, 단지 비탈길에 나무 토막을 옆으로 하나씩 순차적으로 쌓아 올린

         계단 아닌 계단이었습니다.

         마치 지압길이라도 걷는 기분으로 하나씩.... 그런데 지압이 너무 과했는지 발바닥에 그만 쥐가......

     

         오르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향목님이 설명하신 백두대간 길이 눈길을 나란히 하고 있고, 그 아래 골짜기를 타고

         나무데크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슨 나무인지.... 희고 가느다란 가지가  촘촘한 나무 사방천지에 빼곡합니다.

         만약 꽃나무라면 머지않아 이곳에서 봄벼락치겠습니다.

     

         후미진 그늘 한켠엔 아직도 지난 겨울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삼도봉 봄산에서 잔설을 맞닥이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는데, 겨울의 자리가 참으로 깁니다.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보라는 말을 머언 여정의 산기슭에서 이해할듯 말듯 합니다.

         한가롭게 노니는 구름에서, 끝없이 열려 있는 천공에서, 여유를 찾고, 숨을 고르는 지혜를 배우게 되니요.

     

         드디어 민족화합을 상징하는 삼도봉, 민주지산의 한 봉우리로 충청, 전라, 경상도를 아우르는 분수령...산정 도착입니다.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회원들이 제단을 쌓고, 이것저것 설치물들을 정비하고 있는 동안 우린 자유시간입니다.

         사진을 찍고,담소를 나누고, 간식을 꺼내 약간의 허기도 달래기도 하며.....

     

     

         한 봉우리가 칸칸이 물러날 때마다 점점 엷어지는 색감.... 신의 손길로 그려낸 자연의 화폭입니다.

     

     

     

     

     

      

          이제 안중근 장군 순국 100주년 기념 산상기원제가 시작 되었고

          송암의 산행대장님이신 조상현 대장님이 '안중근 장군 발자취'  를 우렁차게 낭독하십니다.

     

         별바위 회장님도 안중근 장군을 기리는 행사에 부쳐 한 말씀.....

         삼도봉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안중근 장군에 대한 긴 생각을 피력해 주셨는데 공부를 아주 많이 하신듯합니다.

     

     

         조아려 술도 한 잔 올리고....

     

         순국선열과 안중근 장군의 애국의 뜻을 기리며 일동 묵념의 시간.

     

         각자 노란 풍선 하나씩을 불어 기원제 장소에 둘러쳐진 줄에 매다는 것으로 모든 행사는 마무리 됩니다.(사진 발췌)

     

     

         안중근이라는 이름 석자도 그렇지만 단지된 손도장이 언제나 우리 가슴에 더욱 강렬히 와 닿습니다. 

         민족의 운명을 쥐고 목숨을 다한 그 손에 먹물을 묻혀 터억! 하고 찍어 내는 순간, 무수히 많은 생각이

         교차하셨을 텐데.... 우리는 지금 그 정신을 어디까지 이어가고  있는지요.

     

        '일제의 법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군인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자신을 독립전쟁 중에 적장을 사살한 포로로 대접하라'  외치셨다는 안중근 장군은

         지금 하늘나라에서 천안함 사태로 온나라가 들끓고, 앓고있는 대한민국을  어떤 마음으로 내려다보고 계실까.... 

          요즘 우리군의 행태를 보면서 애국과 순국의 선열들 앞에 내남없이 부끄럽습니다.

       

     

        행사 마치고 삼도봉 화합의 조형물이 올려다 보이는 헬리포트에서 늦은 점심을 했습니다. 햇살이 어찌나 따사롭던지요.

     

         단체 사진 촬영도 마치고 이제 하산모드 돌입합니다. 

     

         오늘도 여전히....악을 쓰고 깨물어 보아도 깨뜨려지지 않은 돌사탕 한 개씩 돌리는 오갑산님.

     

         하산길 내내 산죽이 우리의 산행을 사열이라도 하듯, 푸르름을 자랑이라도 하듯 길게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지금까진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왔고, 이제부턴 하강곡선입니다.

     

         동영상 찍으시는 오갑산님.... 카메라 앞에선 왠지 부자연스러워 집니다요. 여성회원 옷 빌려 입으시고...설레무네....

     

         하산길은 오름길보다는 경사도가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축축한 산비알에서 미끄러지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하였더랬습니다.

         초봄에 얼음풀린 산길에서 만나는 풍경이지요.

     

     

         길은 또 너덜로 이어지고 크고 작은 바위 틈에서 생명이 피어 오르고 있습니다.

     

     

     

     

     

         산에는 지금 봄 아우성입니다.

     

     

         급경사의 산비탈을 둘로 나누는 하산길입니다.

         길 오른편은 푸른물 더욱 강렬히 오르고 있는 조릿대 군락,

         왼편으론 정신을 놓고 발을 헛디디면 물한계곡으로 이어지는 지류에 곤두박힐것 같은 아찔한 경사의 골짝.....

         그리고 그 산의 허리춤을 끼고 도는 구불탕한 산길.....

     

     

         거지반 내려오니 진달래가 군데 군데 활짝 피어있습니다.

         민주지산엔 봄이 퍽이나 더디오고 있습니다. 근교 산에서 봄맞이 산행 한창 하고 난 후에 다시 찾으면

         이곳에서 흐드러진 봄을 다시 맞을것만 같습니다.

     

     

         하산모드 돌입하고 크고 작은 계곡과 만나는 순간부터 청신한 물소리는 귓전을 떠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더랬습니다.

         기분이 어찌나 상쾌하던지요.

     

         들머리에서 우릴 반갑게 맞아주었던 충천한 잣나무 숲길에도 어느덧 볕이 꺽이는 각도 만큼이나 유순해진

         오후의 햇살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혼자, 둘이, 또 여럿이...자박자박 산길 내려옵니다.

         웃으며 뒤돌아 보며 서로 마음을 엮어가는 산행길.... 

         생활로 돌아가면 각자의 행로에 충실하다가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을 촘촘히 엮어가는 우리는 송암의 산행동반!!

     

     

      

     

     

     

     

     

         여기부턴 봄 뽀너쓰.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삼도봉 산행 끝입니다~

     

     

         하나의 민족이 둘로 갈라져 주적의 개념으로

         슬픈 역사를 써내려가다 보니

         요즘 우리 나라는 천안함 사태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좋은 일, 값진 일, 폼나는 일로 명성을 떨치는 대한미국이었으면 참 좋으련만,

         어찌되었든 이러한 시국에 걸맞게

         애국애족의 충정과 구국의 일념으로 목숨을 바치신

         안중근 장군의 정신을 기리고 그 정신을 생활로 이어가자는 취지의 뜻 깊은 행사에

         우리 송암의 46 명의 산우들 마음을 같이 하였습니다.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애써주신 조상현 대장님, 별바위 회장님과 운영자 여러분들

         그리고 안중근청년아카데미 회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봄물 오르고 있는 산에서 오늘도 행복을 건져 올렸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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