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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여행)] 옥빛 바다 위 보석 같은 섬 - 울릉도
    산행 과 여행/내고향 울릉도,독도 2009. 5. 19. 18:05

    옥빛 바다 위 보석 같은 섬 - 울릉도



    울릉도에는 오징어와 호박엿만 있는 줄 알았다. 울렁울렁 배멀미도 걱정됐다. 동해 먼 바다 외로운 바위섬을 상상하며 떠난 여행. 그곳에는 비와 바람과 태양이 빚어낸 환상의 섬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보석같이 빛나던 낭만의 울릉도, 그곳의 바다와 함께라면 혼자라도 좋다.



    까만 새벽을 밟고 먼 바다로 떠나는 길

    울릉도 여행은 새벽 5시에 시작됐다. 동해 묵호항에서 오전 10시 울릉도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싣기 위해 아침잠을 설치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동해 한가운데 떠 있는 울릉도는 까마득했다. 동경 130도 54분, 북위 37도 29분. 울릉도의 위치다.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이 암호 같은 숫자 대신 육지로부터의 거리를 계산하는 게 빠르다.

    울릉도는 포항으로부터 217km, 묵호로부터는 161km 거리에 있다. 배를 이용해 포항에서는 3시간, 묵호에서는 2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매일 오전 10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여행객들이 까만 밤을 밟고 나서는 것이다. 다행히 울릉도 여행객들을 위해 서울에서 묵호항으로 가는 전세버스가 마련돼 있다. 미리 예약하면 돌아오는 차편을 이용해 배 시간에 맞춰 탈 수 있다. 버스와 함께 울릉도행 배편도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기상 상태에 따라 수시로 운행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출발 전 사전 확인은 필수다.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 묵호항에 도착해보니 아직 배가 뜨기 전까지 여유가 있었다. 후다닥 묵호항 바로 옆 횟집으로 가 그 맛있다는 곰칫국을 주문했다. 물컹물컹, 입 안에서 녹아 사라지는 시원한 곰칫국. 이 맛있는 걸 예전에는 잡아서 다 버렸단다. 가자미식해며, 갈치젓이며 뭍에서 맛보기 힘든 별미를 한 상 가득 내오는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 덕에 이제야 여행을 떠나온 게 실감이 난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항구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 멀리 나를 기다리고 있을 울릉도를 머릿속에 그리며 울릉도 주제곡도 흥얼거렸다.

    울릉도의 역사는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릉도 북면의 현포동이나 서면의 남서동 등에 남아 있는 선돌과 출토품들로 미루어보아 청동기시대나 철기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릉, 우릉 혹은 우산국으로 불리다가 지증왕 13년, 신라장군 이사부에 의해 신라에 복속됐지만 갖은 풍파로 인한 인명 손실과 외적의 침입 등으로 수차례 주민들을 본토로 귀환시켜 빈 섬이 되기도 했다. 고종 19년, 일본인들이 이 섬에 들어와 목재를 도벌해가는 것을 보다 못한 고종이 개척령을 반포했고 이민을 장려해 그 후부터 개척민이 입도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 모진 비바람 때문에 사람 살기에는 힘든 섬이었을지 몰라도, 울창한 숲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대자연의 절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수천 년 동안 맥을 이어온 파도의 역사와 대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빛깔들을 보고 있노라면 야누스와 같은 자연의 얼굴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4월 봄 햇살에 파도마저 잠든 쾌청한 날씨였다. 묵호항을 빠져나간 배는 미끄러지듯이 달려 2시간 만에 도동항에 닿았다. 도동항은 울릉도의 관문이다. 뭍에서 울릉도로 들고 나는 배는 모두 도동항으로 들어온다. 독도에 출항하는 배도 도동항에서 떠나기 때문에 도동은 항상 떠나온 사람과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도 이곳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도동에 머물며 울릉도 관광을 한다. 도동항에 내리니 벌써 점심때다. 물씬 풍기는 바다 향기에 금세 배 속이 요동을 친다. 도동항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는 하지만 시끄럽고 정신없다기보다 복작복작 귀여운 느낌이다.

    어선이 드물어 그런지 항구 주변의 가판도 작은 규모다. 항구를 지나 망향봉과 도동(행남) 등대 사이의 좁은 골짜기를 따라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모습이 지중해의 어촌마을을 떠올리게도 한다. 울릉도의 별미인 홍합밥을 먹으러 올라가는 길목, 햇살에 말랑말랑해진 호박엿이 눈길을 끈다. 그 앞에서 눈을 반짝이니 아주머니께서 호박엿을 한 움큼 집어주신다. 울릉도 주민들은 인심도 후하다.

    울릉도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오징어 말고도 울릉도에는 별미가 많다. 무공해 울릉도 호박이 30% 이상 들어가 다른 엿에 비해 덜 끈적이고 뒷맛이 고소한 울릉도 호박엿, 울릉도의 자생 약초를 먹고 자라 향이 좋고 육질이 부드러운 약소불고기, 이른 봄 눈 속에서 자라 향이 아주 독특한 섬부지갱이, 참고비, 명이(산마늘)를 재료로 한 산채비빔밥 등. 홍합밥도 그 중 하나다. 도동항에는 홍합밥으로 유명하다는 식당들이 많은데 채소와 함께 씹히는 식감이 좋다. 가격은 1만5천원선으로 비싼 감이 없진 않지만 울릉도의 별미인 만큼 꼭 먹어볼 만하다.

    그림 같은 해안 따라 달리는 환상의 일주도로

    점심을 먹은 뒤 본격적인 울릉도 관광을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내수전 일출 전망대. 케이블카를 타고 내수전 산중턱 전망대 입구에서 내려 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부드럽게 펼쳐진 수평선 위로 죽도와 관음도, 섬목, 저동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곳에서부터 북면의 석포마을, 섬목에 이르는 7.5km의 산책로는 울릉도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울릉도 북쪽과 동쪽의 절경을 발아래에 두고 원시림 숲 속을 거닐 수 있는 천혜의 비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울릉도에는 곳곳에 트레킹 코스가 많다. 도동부두 좌해안을 따라 개설된 행남 해안산책로는 자연 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교량 사이로 펼쳐지는 해안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 도동(행남) 등대에 오르면 저동항의 절경도 만끽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쪽빛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대풍감 코스는 태하항 황토굴 근처 오르막에서 시작해 울릉도(태하) 등대에 다다른다. 「월간산」지가 우리나라 10대 절경 중 하나로 꼽은 울릉도 북면의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울릉도를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자동차를 타고 해안 일주도로를 달리며 감상하는 울릉도 해안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옥빛 바다, 맑은 태양이 녹아든 하늘, 아름답고 기묘한 바위들이 다가왔다 멀어진다.

    울릉도의 섬 둘레는 56.5km다. 횡으로 퍼지지 않고 종으로 솟은 지형적 특성상 매끈하게 도로를 닦는 것이 힘들다. 가장 넓은 도로가 2차선이고 그나마 대부분은 중앙선조차 없는 시멘트 길이다. 울릉도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재미있는 것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터널이 일방통행이라는 것이다. 예산 부족으로 1차선밖에 뚫지 못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긴 하지만 터널 앞에서 신호 대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특색 있고 재밌다. 터널 앞 신호등은 울릉도에만 있는 명물이다. 낙석 사고가 많아 도로에 지붕을 씌운 피암터널도 울릉도의 명물. 몇 해 전 순찰을 돌던 경찰관이 낙석 사고로 사망한 후 만들어졌다.

    1963년 착공된 섬 일주도로는 4.4km를 남겨두고 섬 테두리를 두르지 못했다. 이만 하면 웬만한 시골 비포장도로보다 심하다 싶다. 자갈밭을 달리듯 요동치는 차 안에서 '울릉도에 와서 배멀미가 아닌 차멀미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그래도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바다에 넋을 놓았다. 최근 울릉도 관광 기반 조성사업이 추진되며 울릉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일주도로 완전 개통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도동에서 버스로 25분 정도 달리면 '통구미'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마을을 만날 수 있다. 포구 앞 거북 형상의 바위가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듯한 모양을 보고 '거북이 들어가는 통과 같다'하여 통구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의 향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다. 일주도로를 달려 도착한 저동항에서는 도동항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정취가 풍긴다.



    고기 잡는 어부들의 굵은 목소리, 출항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들의 힘찬 출렁거림, 상인들의 고성…. 동해의 어업 전진기지인 저동항은 왁자지껄 살아 있는 항구다. 밤하늘 수평선을 따라 늘어선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야성과 촛대바위에서 보는 일출은 울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바다로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파도에 우뚝 서 바위가 됐다는 촛대바위 전설이, 떠오르는 태양 가득히 빨갛게 물드는 곳이다. 아침 일찍 촛대바위에 걸리는 태양을 감상하기에도, 여행을 마친 저녁 맛있는 생선회를 먹기에도 좋은 곳이다.



    독도의 어머니,
    매력 만점 삼무오다(三無五多)의 섬


    도둑과 공해, 뱀이 없고 바람과 향나무, 미인과 물, 돌이 많아 '삼무오다(三無五多)'인 울릉도에는 말 그대로 돌과 바위가 많다. 코끼리 모양을 닮은 공암, 선녀가 내려와 앉았다는 삼선암, 촛대바위, 사자바위, 거북바위, 오리바위 등 만물상에 버금갈 만한 바위들이 자태를 뽐낸다. 그 중 공암은 봐도 봐도 참 재밌다. 바다 위로 솟은 바위에 구멍이 있어 공암으로 불리는 이 바위는 코끼리가 코를 바다에 넣고 물을 마시는 모양과 영락없이 닮아 코끼리바위로 더 유명하다. 장작을 패어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 바다 위에 천연덕스럽게 서 있는 코끼리 한 마리는 파도가 빚어낸 예술품이다. 북면 석포 앞바다에 솟아 있는 삼선암은 '울릉 3경' 중 하나다. 울릉도의 풍광에 반한 세 명의 선녀가 하늘로 돌아갈 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바위가 됐다고 하는데, 특히 제일 늑장을 부린 막내 바위에는 풀조차 자라지 않는다고. 울릉도 3대 해안 절경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을 만큼 경치가 좋은 곳이다.

    이러한 바위들은 일주도로를 따라 볼 수도 있고 쾌속유람선을 타고 섬을 일주하는 해상관광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도동을 출발해 사동과 통구미를 거쳐 공암, 산선암, 관음도와 죽도까지 돌아보는 데 드는 비용은 2만3천원. 7월 25일부터 8월 15일 사이를 제외한 비성수기에는 관광 인원이 40명 미만일 경우 운항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울릉도는 청정해역의 황금 어장이며 빼어난 풍광을 지닌 해양 동식물의 보고, 괭이갈매기와 태극기의 섬 독도로 들어가는 유일한 관문이다. 도동항에서 입도신청서를 작성하고 배를 타면 동남쪽으로 200리 바닷길을 달려 우리 땅 독도를 만날 수 있다.



    촛대바위의 일출.

    언뜻 쓸쓸한 바위섬으로 보이는 독도는 나무와 식수, 주민이 있는 엄연한 유인도다. 1991년 11월 17일부터 김성도·김신열씨 부부가 이곳에 살고 있다. 독도에 닿으려면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다. 파도가 있는 날에는 접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울릉도에서 2시간을 달려와 독도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30분 정도 접안을 하고 독도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괭이갈매기의 배웅을 받으며 울릉도로 돌아오는 길,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울릉도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울릉도에서 만난 어느 풍경 하나 아름답고 낭만적이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맑은 자연과 그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마음을 붙들었다. 살고 싶은 섬 울릉도, 그곳으로 다시 떠날 채비를 한다.

    여행 Tip

    울릉도의 교통수단은 버스와 택시다. 주요 관광지마다 버스가 연결되기는 하지만 동행자가 많다면 택시를 하루 전세 내는 것도 좋다. 베테랑 기사님의 알짜배기 가이드는 덤. 비성수기에는 1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울릉도를 둘러볼 수 있다.

    ■ 글 & 사진 / 노정연 기자 ■취재 협조 / 울릉군청


    [레이디경향]

    출처 : 좋은날쉼터
    글쓴이 : 좋은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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