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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대 문종 : 구리 인창 동구릉(현릉)
    산행 과 여행/국보, 고궁, 왕릉 탐방 2009. 9. 15. 11:47

    조선은 518년 동안 왕조를 이어온 세계사에 드문 나라였다.

    지난 6월 26일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한꺼번에 등재됐다.

    이를 기념하여 조선왕릉을 시리즈로 다룬다.

    왕릉은 천하명당 중에 명당을 골라 만든 사후 왕과 왕비의 세계에도 왕권의 위엄와 힘이 느껴진다.

    왕릉의 규모와 각종 석조물 또한 예술품이며 자연을 거슬르지 않고 멋스럽게 단장된 자연환경이

    길이길이 어어지기를 기원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격으면서도 비교적 온전히 지켜져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왕릉을 답사하면서 전문가들을 객원기자로 모셔서 왕릉에 얽힌 역사와 시대상황,

    뒷얘기를 구성해보고자 한다.

    취재에 협조해준 문화재청 관계자, 각 지역 문화유산에 혼과 향기를 불어넣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 동원이강 형식의 현릉


    동구릉에 영면한 왕들 중에 참배객의 마음을 흔드는 인물이 있다.

    조선시대 가장 훌륭한 부모를 두었으며, 조선 최초의 장자 승계를 이룩한 조선의

    다섯 번째 왕 문종(재위 1450.2~1452.5, 2년 3개월)이다.

    아버지 세종 곁에 잠들고 싶어 지금의 세곡동에 자리를 잡았으나 미리 정한

    수릉(壽陵:임금이 늦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는 무덤)을 파보니 물이 나오고 마땅치가 않았다.

    어린 아들 단종을 대신해 아우 세조에 의해 태조의 건원릉 옆으로 와 557년을 무심히 지키고 있다.

    ◇ 현릉의 금천교와 홍살문, 판위, 참도가 보인다.


    '향'은 1414년에 태어나 8세 되던 1421년에 왕세자에 책봉되어 다음 시대를 이어갈 준비를 하였다.

    왕세자가 되면 세자시강원이 설치되어 좌의정, 우의정 등 스승을 모시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간다.

    효경이나 소학, 역대 왕들의 모범적인 사례뿐만이 아니라, 몸을 건강히 하기 위한 활쏘기와

    말 타기 학습도 이루어졌다. 물론 시(詩)나 서화(書畵)도 함께 하였다.

    세자는 부왕, 신료들과 함께 사냥을 가기도 하는데 군사 훈련을 겸한 강무(講武)로 체력을

    다지는 훈련이기도 했다. 문종은 세자시절 천문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으며

    세종이 먼 길 행차 때 날씨를 물어볼 정도로 천문에 밝았다고 한다.

    얼마 전 영화 '신기전'이 극장가를 휩쓸었는데 현대의 다연장로켓과 같은 신기전기화차를

    문종이 제작한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임진왜란 때를 비롯하여 여러 전란에서 많은 활약을 하였다.

    《국조오례의서례》의〈병기도설〉에 제작설계도가 남아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켓병기

    사료가 되고 있다하니 놀라울 뿐이다.

    ◇ 아래에서 본 능의 석조물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설은 헛된 생각일 뿐이지만 속상한 마음에 현릉 앞에 서면 늘 마음을 잡는다.

    ‘세종의 르네상스를 연장시키고 조선의 과학을 유지, 발전시켰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지난번 나로호 발사를 실패로 끝내지 않았을 것이고, 러시아의 기술이전에 목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과학 강국을 눈앞에서 순식간에 놓쳐 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간절히 남는다.

    세자 향은 1442년부터는 29세의 나이로 아버지를 대신해 섭정을 하였는데 무려 8년간이나 지속되었다.

    세종의 후반부 8년을 문종의 치세로 본다면 문종은 10년을 조선을 위해 최고의 자리에서 고전분투 한 것이다.

     세자시절이 길었던 동궁이 대리청정에 온힘을 쏟고는 정작 자신이 왕위에 오르자

    준비된 왕은 병석에 누워야 했던 그에게 연민의 마음이 달려간다.

    ◇ 무인석의 선명한 갑옷 문양


    문종은 유독 여복이 없는 왕으로 기록되어 있다.

    문종에게는 왕세자 시절 첫 번째 세자빈으로 들인 휘빈(徽嬪) 김씨가 있었다.

    연상의 여인이었던 그녀를 위해 세자는 그리 충분한 지아비가 되지 못하였다.

    지아비를 맞이하고픈 여인의 마음이 지엄한 궁궐에서 하지 말아야 할 주술적인 방책을 쓰다 폐위되는

    지경에 이른다. 친정으로 돌아간 그녀는 가족으로부터 외면을 당하였고 죽음만이 그를 기다릴 뿐 이였다.

    가문을 빛내려던 그녀의 임무는 질투와 욕심이 모두를 망가트리고 말았다.

    문종은 두 번째 순빈(純嬪) 봉(奉)씨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여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인제공을 하였겠지만 그녀 역시 그를 오랫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시녀와 동성애를 하게 된다.

    발각되자 그의 상대였던 소쌍과의 적나라한 성행위가 어머니 소헌왕후에게 전달되고 결국에는

    폐위에 이르러 친정가족들과 함께 죽음에 이른다.

    한 지아비를 가까이 하고픈 마음에, 정을 듬뿍 받고 싶은 여인들의 마음이 비뚤어진 행보로 이어지고

    가장 나쁜 결과로 불행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 수복방터 주춧돌과 정자각


    그러나 당당히 종묘에 신주가 모셔진 분은 오직 한분 단종을 낳은 현덕왕후이다.

    문종의 다른 부인들과 다른 이유로 불행한 여인이기도 하다.

    아들을 낳고 바로 산후병으로 돌아가셔서 안산에 묻히고, 남편 문종이 왕이 되면서 소릉이라 하였다.

    그러나 몇 해 지나지 않아 지아비가 죽고 아들이 왕위에 오르게 되면서 아들은 불과 3년 만에

    숙부에게 왕위를 찬탈 당하게 된다.

    단종 복위운동에 휩쓸려 친정가족들과 본인은 더욱 참담한 지경에 이른다.

    그녀는 서인으로 강등되고 종묘에서도 신주가 철거된다. 혼령이 깃들 집이 사라진 것이다.

    그야말로 구천을 맴돌게 되었다. 어린 아들이 서인으로 강등되고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아 사망까지 하게 된다. 어머니로서 아들이 험한 세상을 살다 가니

    저승의 부모라도 원망이 없을 수 없다.

    자식 일에 두 팔을 걷어붙이지 않을 부모가 있겠는가.

    현덕왕후와 세조의 꿈 이야기는 5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 이야기 좋아하는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 현덕왕후릉 ---능과 문인석 무인석의 삼계가 분명한 능상의 모습


    현덕왕후는 1513년 종묘에서 남편을 떠난 후 56년 만에 신주가 다시 모셔지고 1441년 사망 후

    72년 만에 몸이 담겨있는 산릉도 문종의 현릉 곁에 동원이강형식으로 천장하게 된다.

    전하여지는 이야기가 또 있다. 현덕왕후의 천장이 결정되고 산릉을 조성 중이었는데 문종을 감싸고 있던

    소나무들이 남편의 옆모습이라도 편히 볼 수 있도록 왕후의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말라 죽었다는 얘기이다.

    참배객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대부분 헛웃음과 함께 ´쯧쯧´하며 혀를 차고 고개를 끄덕인다.

    안타까운 삶을 살았던 그들을 생각하면 하늘도, 식물도 문종 부부의 마음을 알아 줄 것이라 이해하게 된다.

    ◇ 능비가 있는 현릉 비각


    현릉에 앞에 서면 문종 쪽으로 기운 정자각 사이로 문종과 현덕왕후가 깊은 골짜기를

    두고 서 있는 것 같다. 소나무는 두 분에게 이제부터 새로운 정을 쌓으시라고 스스로를 버렸지만,

    두 분은 아직도 72년 세월의 폭을 좁히지 못한 것 같다.

    젊은 나이에 사별하고 어린 아들을 두고 이승에서, 저승에서 염려하고 걱정하며

    노심초사 하는 모습 같아 마음이 더욱 찡해 진다. 나라위해 헌신한 세종과 문종 부자의 나라 사랑,

    일 사랑, 문종과 현덕왕후 부부의 자식에게로 향한 끝없는 따스한 사랑이 전해져 온다.

    저절로 온몸이 뜨거워진다.

    ◇ 석조물이 예술작품이다( 위쪽부터 시계방향 석호,곡장과 석양, 인석, 병풍석 구름문양과 십이지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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