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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한옥은 자연 그 자체, 자연에서 살고 싶다
    우정사업 홍보/우정사업이야기 2009. 9. 29. 14:45

     

    스페셜 테마 1

    글․사진 조남제 여행작가

     

    한옥은 자연 그 자체, 자연에서 살고 싶다

     

    누구나 추억을 하나쯤 안고 살아간다. 우리 인생의 추억은 어린시절일 것이고, 그때를 떠올리면 함께 뛰놀았던 놀이터, 골목, 우리집 등이 생각날 것이다. 우리집, 요즘에는 어린시절 추억에 양옥집이 많이 출연하겠지만,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옥의 추억이 대부분이다. 당시에는 그저 불편하고 예스러워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를 깨닫는다. 한옥의 매력은 무엇일까? 추억이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함께 느껴보자.

     

    내가 아는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시골 큰 기와집에서 자랐다. 대단한 양반가는 아니었지만 나지막한 돌담에 넓은 마당, 안채의 대청이 크고 시원한 집이었다. 대문 옆에는 너무 늙어 열매조차 맺지 않는 커다란 대추나무도 있었다. 사람들은 나무가 미쳐서 그렇다고들 했다.

     

    대청에서 어머니 무릎에 누워 밖을 내다보면 파란 하늘에 동그란 기왓장들이 동글동글한 문양을 찍어내고, 시원한 바람 한줄기에 오롯이 잠에 빠져들기도 했다. 비라도 오면 어머니께서 찐 감자랑 옥수수를 소쿠리에 담아 온 가족이 빙 둘러 간식 삼아 먹던 기억도 새록새록 샘솟는다.

     

    그러나 이 아이가 기억하는 옛날집에 대한 추억은 대청에서 떨어져 코가 깨져 화가 났던 일이랑 명절에 만들었던 달짝지근한 조청냄새 뿐이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공부를 명목으로 도회에 나왔고 집이 훗날 자기 소유가 되자 팔아버렸다.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어느덧 나이가 들어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거기서 생각지도 않은 경험을 하게 됐다. 파리 근교 세느강변에 한옥 한 채가 서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더란다. 고 이응노 화백 기념관인 이곳은 고암서방이라 이름 붙여져 있는데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배산임수의 형세를 따라 아담하게 지어져 있다. 지금껏 수없이 보아오고 직접 살아오기까지 했던 한옥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었다.

     

    나이 오십 줄에 갓 접어든 그 아이는 지금 다시 한옥에서 산다. 팔았던 자기 집은 이미 헐려나갔고 주변에 있던 다른 집을 사서 옮겼다. 역시 옛집처럼 고택이다. 오래된 집이 뭐 좋으냐고 누군가 타박을 했다. 파리의 고암서방처럼 꾸미고 싶어서냐고도 물었다. 나이든 그 아이는 간단히 대답한다. “한옥은 자연 그 자체고, 난 자연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고!”

     

    뭐가 그리 좋으냐고 다시 묻는다. 기억나는 거라곤 코피 터지던 것 밖에 없다지 않았냐고. 아니더란다. 기억 저편에 또 다른 그리움 같은 게 항상 있더란다. 그래서 더욱 옛것에 더 가까워지도록 꾸미고 있다. 집에서 옛날처럼 조청까지 만들어 먹고 있다. 나의 은사인 나이 든 아이의 일례 외에도 고택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다. 한마디로 고택은 매력이 많은 집이다.

     

    고택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고택은 건물이라는 피상적인 모양에 앞서 컨텐츠가 있다. 옛날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있거니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심미안적 이야기까지,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고택을 찾는다는 것은 고전 한권을 읽는 것에 버금간다.

     

    고택에 들어가 보면 앞쪽에 남자가 머무는 사랑채가 있고, 안쪽에 여자가 머무는 안채가 있다. 두 건물은 한쪽이 서로 붙어 있기도 하고 마당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기도 하다. 이걸 음양오행이니 뭐니 설명하지 않더라도, 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고 외부사람들이 집에서 가장 내밀한 곳까지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또 잘 살펴보면 안채가 사랑채보다 약간씩 높은데, 이 또한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을 쉬 살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고택은 구조 자체가 사람의 정서를 고려하고 있다. 집을 나와 조금 먼발치서 살펴보자. 집모양이 마치 자연 그 자체다. 구릉이면 구릉 속에서 비탈이면 비탈 위에서 처음부터 있었던 나무와 바위처럼 잘 어울리는 게 고택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지형에만 어울리게 올려놓은 것은 또 아니다. 사람의 기운이 다치지 않도록 자연의 기운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조정해 집을 지었다. 흔히들 풍수지리라고 하는 것 말이다. 바람이 흘러가는 방향을 막지 않고 물길을 돌리지 않았다. 바람이 세면 나무를 심어 세기를 조정하고 능선 아래 집을 낮춰 바람을 피했다.

     

    이러한 고택의 구조를 본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은 모두 문화적 충격이라 할 정도로 경탄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우리의 고택에서 건축디자인과 공간의 배치를 베껴 집을 짓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고택이 현대적 사고와 만나면

    파주에 가면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 헤이리가 있다. 퍽이나 이색적인 동네다. 건물 하나하나가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작품이고, 그 속에는 각기 다른 예술품과 생활용품들이 숨쉬고 있다. 이처럼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공간에 우리의 전통건물 하나가 있다.

     

    미술관 뒤의 나지막한 야산자락 참나무 숲 속에 자그맣게 숨어있는데, 오래된 고택이 어떻게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이 집은 속이 뻥 뚫려있다. 전통 문살의 합문이나 바라지문은 보이지 않고 커다란 유리문이 사방을 빙 둘러 박혀 있다. 그럼에도 가릴 건 다 가리고 안에서 밖은 훤히 내다보이는 영락없는 한옥이다.

     

    중간채의 대청자리를 거실로 꾸미고 대문 쪽에 있는 사랑채를 넓게 만들어 앉은뱅이 의자와 책상을 들여놓았다. 안채에 해당하는 왼쪽에는 침실과 샤워룸을 들여 놓았다. 또 거실 뒤에는 넓은 야외 데크를 설치해 평상 같은 느낌을 주도록 배려했다.

    집을 에워싸듯 커다랗게 서 있는 참나무 그늘에도 나무탁자와 의자를 놓아 차 한잔 자연을 벗하여 마실 수 있는 여유로움도 갖췄다. 따지자면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에 현대생활의 편의성과 개방성을 가미한 퓨전한옥이라 할 만하다.

     

    고택 체험은 참 재미있고 특별하다

    보통의 여행이 여기저기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대끼는 데 무게중심이 가 있다면 고택에서는 다소 정적이면서도 자연과 하나 된 자신을 느낄 수 있다. 툇마루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대청에 벌렁 누워 빈둥거리는 것도 여행의 한 요소다. 전통문화니 선조들의 삶이니 하는 낯설고 무거운 것들을 생각에서 저 멀리 던져 버리더라도 고택은 우리에게 꽤 훌륭한 여정이 된다.

     

    고택으로의 여행을 준비한다면 안동에 있는 지례예술촌을 고려해 봄직하다. 그곳에 가면 이렇게 적혀 있다. ‘이 깊은 산중에 와서까지 구태여 도시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지 마십시오. TV도 전화도 벽시계도 없는 방에서 정지된 시간과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느껴 보십시오.’

    너무 좋지 않은가? 나 자신이 바로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게 된다면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게 없고, 얻을 필요도 없으니.

     

     

    “이 깊은 산중에 와서까지 구태여 도시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지 마십시오. TV도 전화도 벽시계도 없는 방에서 정지된 시간과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느껴 보십시오.”

     

     

    <출처 : 디지털 포스트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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